정들었던 공간을 떠나며..

지난 7월, 2년 동안 정들었던 루터회관 24층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루터회관 16층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어요. 새로운 공간에 대한 설렘과 정들었던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공존하는 이사를 기념해 의미 있는 추억을 하나 남기고 싶었어요. 

어떻게 기념하는 게 좋을까?

‘이사라는 행사를 어떻게 기념할까?’에 대해 고민하다가 포스터 전시를 열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팀원분들의 능력을 빌려서 이사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포스터라는 시각매체에 담아 이사 가는 공간에 붙여둔다면 구성원들이 가진 루터 24층에 대한 아쉬움과 루터 16층에 대한 반가움을 모두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많은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행사를 기념하거나 사회현상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용도로 포스터라는 매체를 디자이너만의 고유한 표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거든요. 이번 포스터 전시가 크리에이티브팀 팀원분들을 환기시킬 수 있는 재밌는 작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장문의 개회사와 제작에 관련된 내용들을 적어 크리에이티브팀분들께 슬랙으로 보냈답니다.

멋진 4장의 포스터 탄생!

그 결과 이렇게 멋진 4장의 포스터가 탄생했어요. 아쉽게도 해당 기간에 바쁜 업무로 인해서 참여를 못하신 분들도 있었지만 박준영님, 최재민님, 이은경님, 그리고 저까지 4명의 디자이너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포스터를 만들게 되었답니다. 잘 만들어진 포스터를 더욱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적합한 종이와 알맞은 인쇄 방법을 이용해서 실물로 제작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 평소 제작물에 적합한 종이 추천 등 크리에이티브팀 업무에 도움을 많이 주시는 삼원특수지에서 이번에도 도움을 주셨어요.

포스터 실물 제작기!

군자역에 위치한 삼원 더페이퍼랩에 방문해 삼원특수지 관계자분들께서 준비해 주신 종이에 대한 세미나를 듣고, 다양한 종이 샘플과 제작법 등을 실물로 확인했어요.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종이의 제작법이나 성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듣고나니 제작한 포스터에 적합한 종이와 인쇄 공법에 대한 감이 잡히기 시작했어요.

어떠신가요? 왼쪽(잉크젯 출력)과 오른쪽의 포스터(UV 출력)를 보면 같은 디자인임에도 종이와 인쇄 공법에 따라서 보기에 큰 차이가 나죠? 저는 UV출력을 통해 잉크 위에 vanish를 얹혀 포스터에 유광의 질감을 추가했어요.

은경님은 리소그라피라는 친환경 인쇄 공법을 이용해서 포스터를 제작했어요. 따뜻하고 빈티지한 질감이 매력적인 리소그라피는 같은 잉크, 같은 공법을 활용하더라도 %(잉크의 농도)와 lpi(line per inch)의 줄임말로 면적당 선 혹은 망점의 갯수를 의미해요)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데요! 사진을 보시면 확연한 차이가 있죠? 

이렇게 각자 어울리는 종이와 인쇄 방법을 선택해 더욱 멋지게 만들어진 포스터는 새로운 공간인 루터회관16층 코웍에 자리를 잡아 전시를 준비했답니다. 전시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포스터 하이라이트 조명도 셋팅을 해보았는데, 어떠신가요? 꽤 그럴듯하죠? 포스터 옆에는 조그맣게 작품에 대한 설명도 함께 붙여두었어요.

이렇게 포스터전이 멋지게 준비되었어요. 하지만, 여기에서 그치면 크리에이티브팀이 아니죠! 포스터전의 형식에 크리에이티브 한 스푼을 더해 움직이는 포스터를 제작했어요. Artivive app을 켜 카메라로 포스터를 비추면 자동으로 포스터를 인식해 이미지가 움직인답니다. 어때요? 신기하죠!? 정지된 이미지를 보여줄 수 밖에 없는 종이라는 소재의 한계를 넘어, AR 기술을 활용해 작품을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게 되어 많은 구성원분들이 신기해하시며 관심 끝에 포스터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답니다.

Special thanks to…

바쁜 업무 중에도 멋진 포스터를 만들어주신 준영, 재민, 은경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종이와 인쇄 관련해서 많은 도움과 노하우를 전수해 주신 삼원제지 더페이퍼랩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보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