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그린 그림
그래픽 디자이너 김보미
못그린 그림
그래픽 디자이너 김보미
“디자이너는 그림을 잘 그릴까?”라는 질문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디자이너가 되기 전까지 디자이너라면 그림을 모두 잘 그리는 줄 알았어요.(단순하고 1차원적이지요)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제가 아는 디자이너분들은 대부분 그림 실력이 있으시더라고요) 제 대답은 ‘NO’입니다. ‘디자이너=그림을 잘 그릴 것이다’는 우리가 하는 흔한 오해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이 오해를 타파할 수 있도록 제가 그린 못그린 그림을 전시해보려고 해요. 아래 그림들은 인터넷 강의를 통해 그리는 방법을 배워보고 혼자 그린 그림들입니다. ^v^ 다들 마음의 준비하고 가보실까요?
“디자이너는 그림을 잘 그릴까?”라는 질문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디자이너가 되기 전까지 디자이너라면 그림을 모두 잘 그리는 줄 알았어요.(단순하고 1차원적이지요)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제가 아는 디자이너분들은 대부분 그림 실력이 있으시더라고요) 제 대답은 ‘NO’입니다. ‘디자이너=그림을 잘 그릴 것이다’는 우리가 하는 흔한 오해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이 오해를 타파할 수 있도록 제가 그린 못그린 그림을 전시해보려고 해요. 아래 그림들은 인터넷 강의를 통해 그리는 방법을 배워보고 혼자 그린 그림들입니다. ^v^ 다들 마음의 준비하고 가보실까요?
토일렛페이퍼 브랜드에서 판매 중인 상품의 일부, shit을 따라 그린 그림이에요. 예쁜 색감이 좋아서 따라 그렸는데, 수채화로 그리니 쨍한 색감을 내기 쉽지 않았어요.
토일렛페이퍼 브랜드에서 판매 중인 상품의 일부, shit을 따라 그린 그림이에요. 예쁜 색감이 좋아서 따라 그렸는데, 수채화로 그리니 쨍한 색감을 내기 쉽지 않았어요.
회사 점심시간에 나가서 잠깐 먹고 온 젤라또입니다. 스푼이 꽂혀있는 걸 그린 건데, 꼭 빨대같이 보이네요.
회사 점심시간에 나가서 잠깐 먹고 온 젤라또입니다. 스푼이 꽂혀있는 걸 그린 건데, 꼭 빨대같이 보이네요.
비오는 날 시드니에서 갈곳이 없어, 우버로 시켜먹은 피자 박스를 따라 그려봤습니다. 영어로 되어있는 패키지라는 것 하나로 피자박스인데 너무 예뻐 보이더라고요.
비오는 날 시드니에서 갈곳이 없어, 우버로 시켜먹은 피자 박스를 따라 그려봤습니다. 영어로 되어있는 패키지라는 것 하나로 피자박스인데 너무 예뻐 보이더라고요.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라는 책에 나온 사물들을 따라그렸어요. 가장 왼쪽은 늑대였는데… 개..같나요..?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라는 책에 나온 사물들을 따라그렸어요. 가장 왼쪽은 늑대였는데… 개..같나요..?
인터넷에서 크리스마스 이미지를 검색해서 따라 그린 그림인데요. 사진의 분위기는 정말 따뜻했는데, 막상 제가 채색하고 나니 구도도 엉망.. 채색도 엉망…
저런 분위기를 가진 집에서 하루쯤 묵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렸어요.
인터넷에서 크리스마스 이미지를 검색해서 따라 그린 그림인데요. 사진의 분위기는 정말 따뜻했는데, 막상 제가 채색하고 나니 구도도 엉망.. 채색도 엉망…
저런 분위기를 가진 집에서 하루쯤 묵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렸어요.
사천해변 근처에 있던 펍에서 나왔던 안주에요. 상단에 펜으로 마구 그려놓은 건 믿기지 않겠지만 밥이 뭉쳐진 모습이에요. 이해를 돕기 위해 원본 사진도 함께 보여드려요.
사천해변 근처에 있던 펍에서 나왔던 안주에요. 상단에 펜으로 마구 그려놓은 건 믿기지 않겠지만 밥이 뭉쳐진 모습이에요. 이해를 돕기 위해 원본 사진도 함께 보여드려요.
사진으로는 참 맛있게 생겼죠?
사진으로는 참 맛있게 생겼죠?
건강상의 이유로 맥주를 끊은 적이 있는데, 이렇게 그림으로나마 마음을 달래보았습니다.. 이런 제 모습이 조금 청승맞은 것 같아서, 지금은 그냥 살짝 아프더라도 마시고 있어요.
건강상의 이유로 맥주를 끊은 적이 있는데, 이렇게 그림으로나마 마음을 달래보았습니다.. 이런 제 모습이 조금 청승맞은 것 같아서, 지금은 그냥 살짝 아프더라도 마시고 있어요.
이건.. 제가 살던 동네에 있던 오래된 의상실이에요. 저녁에 찍은 사진을 보고 따라 그렸는데,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것을 표현하기가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가게 주인분께는 죄송하지만 귀신의 집을 그려둔 것처럼 되었어요…
이건.. 제가 살던 동네에 있던 오래된 의상실이에요. 저녁에 찍은 사진을 보고 따라 그렸는데,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것을 표현하기가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가게 주인분께는 죄송하지만 귀신의 집을 그려둔 것처럼 되었어요…
마지막 사진은 제주도가서 찍힌 제사진을 그린 그림이에요. 고무신을 신지 않았는데, 고무신을 신은 것 같아요. 고무신을 신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진을 추가해요.
마지막 사진은 제주도가서 찍힌 제사진을 그린 그림이에요. 고무신을 신지 않았는데, 고무신을 신은 것 같아요. 고무신을 신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진을 추가해요.
고무신 같기도 하네요..
고무신 같기도 하네요..
제 그림은.. 보통 저희가 잘 그린 그림이라고 표현하는 기준들에(구도, 명암, 원근감, 균형, 강조, 생략 등…) 잘 부합하지는 않아요. 잘 그리지도 못하는데 저는 왜 그림을 그릴까요? 바로 그 순간들이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이랍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사물을 오랫동안 자세하게 관찰해야 해요. 그러다 보면 “아, 이 사진에 이런 게 있었구나, 이렇게 생겼었구나” 이런 것들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되는데, 그런 과정들이 사진에 대한 감정을 다시 상기시키는 경우가 있어 결론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행복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일례로 아래 그림을 보여드려요. 제가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 <엄브렐라 아카데미에> 나오는 “그리디’s 도너츠” 라는 가게를 그린적이 있는데요. 아래 사진처럼 시작해서 ..
제 그림은.. 보통 저희가 잘 그린 그림이라고 표현하는 기준들에(구도, 명암, 원근감, 균형, 강조, 생략 등…) 잘 부합하지는 않아요. 잘 그리지도 못하는데 저는 왜 그림을 그릴까요? 바로 그 순간들이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이랍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사물을 오랫동안 자세하게 관찰해야 해요. 그러다 보면 “아, 이 사진에 이런 게 있었구나, 이렇게 생겼었구나” 이런 것들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되는데, 그런 과정들이 사진에 대한 감정을 다시 상기시키는 경우가 있어 결론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행복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일례로 아래 그림을 보여드려요. 제가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 <엄브렐라 아카데미에> 나오는 “그리디’s 도너츠” 라는 가게를 그린적이 있는데요. 아래 사진처럼 시작해서 ..
몇 주에 걸친 각고의 노력으로 이렇게 끝냈답니다. 그 몇 주간 빛의 퍼짐과 가게 간판의 글씨, 내부를 가만히 들여다 보며 드라마를 많이 떠올렸어요.
몇 주에 걸친 각고의 노력으로 이렇게 끝냈답니다. 그 몇 주간 빛의 퍼짐과 가게 간판의 글씨, 내부를 가만히 들여다 보며 드라마를 많이 떠올렸어요.
결과물이 쏙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리는 몇 주 내내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상상하면서 행복했어요. ‘잘’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한순간을 곰곰이 관찰하고 이해하고 재현해 내려 하는 그 순간이 좋아요. 당장 사진첩을 뒤져, 좋아하는 사진을 하나 열어보세요. 그리고 무작정 그려보세요! 아마, “아 이게 이렇게 생겼어?, 여기에 이런게 있었구나” 하고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제 못그린 그림들이 여러분이 그림을 시작하는데 작은 동기부여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글과 그림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이달의 전시를 마무리합니다.
결과물이 쏙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리는 몇 주 내내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상상하면서 행복했어요. ‘잘’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한순간을 곰곰이 관찰하고 이해하고 재현해 내려 하는 그 순간이 좋아요. 당장 사진첩을 뒤져, 좋아하는 사진을 하나 열어보세요. 그리고 무작정 그려보세요! 아마, “아 이게 이렇게 생겼어?, 여기에 이런게 있었구나” 하고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제 못그린 그림들이 여러분이 그림을 시작하는데 작은 동기부여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글과 그림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이달의 전시를 마무리합니다.